전세가 72.2% 올랐는데…주거비용 5.7% 떨어졌다는 KDI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입력 2022-04-28 13:40   수정 2022-04-28 15:31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도권 지역의 전월세 등 주거비용이 최근 10년간 5.7% 낮아졌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기간 수도권 전세가격이 72.2% 뛰면서 주거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과 괴리된 분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문 정부의 경제수석 출신인 홍장표 KDI 원장이 방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KDI는 28일 '임대주거비 변화와 주택공급'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국 실질 통합주거비지수가 2011년 말 대비 14.5%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5.7%, 비수도권은 20.5%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통합주거비지수는 전세보증금을 주거비용으로 보지 않고 금리 등 조달비용 관점에서 기회비용으로서 측정한 결과다. 전세보증금은 계약 종료 후 반환되기 때문에 그 자체를 주거비로 보기 어렵다는 관점에서 생산된 지표다. 금리가 낮아지고 물가가 오르면 전세금이 동일해도 주거비는 낮아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오지윤 KDI 부동산연구팀장은 "전국 실질 통합주거비지수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3.3% 하락하다가 2020년에 3.9%, 2021년 7.3% 상승했다"며 "2020년 이후 주거비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간 하락한 데 따른 효과로 현재 주거비 수준이 2011년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KDI의 분석은 실제 전세가격 추이와는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KDI가 주거비가 5.7% 하락했다고 분석한 수도권의 경우 같은 기간 전세가액이 72.2% 상승했다.

이날 오 팀장은 '주거비가 저렴했다는 분석에 국민이 동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좀 다른데 전국적으로는 그런 모습"이라고 답했다. 전세보증금이 일종의 매몰비용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전세 말고 월세로 살아보고자 했을 때 월세를 얼마나 내느냐가 결국 기회비용"이라면서 "전세금을 빼서 다른 데 쓰거나 투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발언은 급등한 전세보증금을 조달하지 못해 집을 줄이거나 집값이 더 싼 지역으로 이사하는 서민들의 삶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DI가 이같은 연구결과를 낸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정부의 경제수석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한 홍장표 KDI 원장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발표를 시작한 KDI의 부동산 동향 보고서도 정부에 불리하거나 정책에 대한 비판 부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탄 연구'에서도 막지 못한 것이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폭등이다. KDI의 지표를 기준으로 해도 이 기간 주거비용은 크게 늘었다. 2020년엔 3.9%, 작년에는 7.3% 증가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초저금리가 지속된 시기였음에도 공급을 등한시한 문 정부의 정책실패가 부동산 폭등을 야기한 것이다. 오 팀장은 "주택 공급이 1% 증가하면 9개 분기에 걸쳐 주거비용이 매분기 1.7~2.5% 하락한다"며 "인위적인 공급 규제를 줄이고 도심지에 신규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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